# 해바라기의 최후
<2023년 10월 19일 13시 48분>
-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올 때 증산역 건너편에 해바라기 하나가 10개의 꽃을 뽐내며 서 있었다. 내일 점심 카메라를 들고 가서 예쁘게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 밤새 시베리아와 오츠크해에서 내려온 찬 바람이 밤새 윙윙 소리를 내며 창문을 두들겼다.
점심에 증산역에서 아무리 저 해바라기를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사진으로 위치를 확인해도 그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도깨에 홀린 느낌이랄까. 다리를 건너 인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2023년 10월 20일 오후 1시># 허리가 부러진 해바라기가 바위 위에 쓰러져 있었다. 9개의 꽃송이를 품은 채....
너무 많은 꽃송이가 핀 것도 쓰러진 이유 중 하나... 개천이라 바람을 막아주는 바람막이도 없고....
낙낙장송처럼 홀로 꿋꿋하게 서 있었는데.
# 총체적인 부실.. 양 옆에 있는 해바라기 2개는 꽃도 없고 상처도 없어 그나마 어젯밤의 바람을 견뎠다.
# 왼쪽의 해바라기
- 꽃도 달랑 1개만 피어 있었다.
# 오른쪽의 해바라기.
- 애는 그래도 영글어가는 꽃 1개와 4개의 꽃송이가 매달려 있었다. 애도 사실 어젯밤 아슬아슬 했을 것이다. 그나마 벗나무 그늘에 가려 모든 바람을 다 맞지는 않아서 그나마 다행.
# 죽은 해바라기를 살릴 수는 없지만... 화단의 바위 틈에 꽃아서 세워주었다.
# 오늘도 바람이 세차가 불고 해바라기는 바람에 따라 흔들린다. 해바라기는 저 바람을 견디고 내일도 새로운 꽃을 피울 것이다. 견딜 수 있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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