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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산이/ 詩와 꽃

시와 꽃_복숭아_간략본

by isanjo 2023. 6. 27.

# 복숭아

 

복숭아는 중국 황하 상류의 고산지대가 원산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남쪽에서 재배하며 매화, 살구와 함께 봄꽃의 대명사로 꼽힌다. 복숭아는 여름 과일의 여왕으로 불릴만큼 여름하면 떠오르는 대표 과일이다. 덩굴에서 열리는 수박, 참외와 함께 나무에서 열리는 대표 과일로 제철이 아니면 생으로 먹기 어려웠던 과일이다. 

<우리말샘>에는 단어별 사용 시기가 15세기~16세기, ‘복숑화17세기~18세기, ‘복숑와16세기~17세기, ‘복숑아17세기~19세기, ‘복숭아19세기~현재까지 사용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나무는 한자로 도수(桃樹) 한글로 봉숭아, 복사나무라고도 한다. 나무껍질은 도백피(桃白皮), 꽃은 도화(桃花), 잎은 도엽(桃葉), 잔가지는 도지(桃枝), 뿌리는 도근(桃根), 나뭇진은 도교(桃膠), 복숭아씨의 알맹이는 도인(桃仁), 도핵인(桃核仁), 탈핵인(脫核仁)이라 하며 한약재로 사용한다. 맛은 쓰다.

 

 

 

예로부터 복숭아나무와 복숭아는 귀신을 쫓는다고 믿어 왔으므로 집안에 복숭아나무를 심는 것을 금기하였으며 제사상에도 복숭아를 올리지 않았다. 특히 복숭아나무 가지 중에서 동쪽으로 난 가지인 동도지(東桃枝)는 더욱 힘이 강하다고 여겨 귀신뿐 아니라 음식의 맛이 나빠지는 것도 막아 준다고 믿었다. 요즘은 도로에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복숭아는 옛날부터 행복과 부귀를 상징하는 나무로 여겨져 왔다. 또한 악마를 제거하는 힘이 있는 과일로 알려져 선과(仙果)라 부르기도 하는데, 옛날부터 귀신을 쫓기 위해 복숭아나무를 신장대로 써왔다. 복사꽃이 필 때면 과수원에서 야외수업을 하기도 했다.

 

 

󰡔삼국사기󰡕에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2천 년 전인 백 온조왕 03년(15)에 10월에 벼락이 치고 복사나무와 자두나무 꽃이 피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삼국시대와 고려 및 조선왕조를 거치면서 복숭아는 우리의 귀화 품종으로 자리 잡았으며, 반도(蟠桃), 홍도(紅桃), 벽도(碧桃) 등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복숭아씨, 꽃, 나무에 달린 채 마른 건조 복숭아, 복숭아 털, 복사나무 벌레, 복사나무 속껍질, 잎, 나무진, 열매는 물론이고 도부에 써 붙인 부적 글까지 모두 질병 치료에 쓴다고 했다.

 

 

 

※ <속담>

# 장마당 돼지 복숭아 싫달 적 있을가

- 「북한어」 탐욕스러운 사람은 자기 손에 굴러 들어온 이익이나 뇌물 따위를 거절하지 아니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귀신에 복숭아나무 방망이

-귀신이 복숭아나무 방망이를 무서워한다는 데서, 무엇이든 그것만 보면 꼼짝 못 하게 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돋우고 뛰어야 복사뼈라: 다 할 것같이 날뛰어야 기껏 조금밖에 더 못 한다는 말.

# 돋우고 뛰어야 복사뼈라: 아무리 도망쳐 보아야 별수 없다는 말.

 

 

<복숭아나무로 인생을 비유한 내용>

윤기(尹愭)󰡔무명자집(無名子集)󰡕에는 화려한 꽃을 뽐내는 복숭아와 살구를 보잘 것 없는 가죽나무를 통해 서로 다른 두 부류의 인생을 재미나게 비유한 글이 실려 있다. 정원 안에 심어진 복숭아나무와 살구나무는 부귀한 경화갑족의 자제를 의미하고, 정원 밖에 사는 가죽나무는 출신이 한미한 사람을 가리킨다. 부귀한 집안의 자제는 좋은 재목이면 도끼로 베어지는 환란을 당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복숭아나무처럼 결국 횡액을 당할 수밖에 없지만, 그에 비해 권력의 담장에서 배제된 한미한 가문의 사람은 자신의 천성대로 즐거움을 누리며 천수를 다할 수 있다고 노래한 시이다. 자신은 담장 밖의 사람이므로 겉보기만 화려할 뿐 끊임없이 시달리는 복숭아나무보다는 가죽나무처럼 천성대로 사는 삶을 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정원 안엔 복숭아나무 / 園中有桃杏

정원 밖엔 가죽나무 / 園外有樗櫟

복숭아나무는 사랑받지만 / 桃杏足愛憐

가죽나무는 찬밥 신세 / 樗櫟本疎逖

복숭아나무는 애지중지 가꾸지만 / 栽護費人力

가죽나무는 울퉁불퉁 천성대로 사네 / 擁腫乃天錫

정원 안은 몹시 번잡하지만 / 園中極閙熱

 

정원 밖은 사뭇 적막하네 / 園外殊寥閴

이러한 부귀하신 용모로서 / 以此富貴容

늘 적적한 가죽나무 비웃네 / 笑彼長寂寂

 

 

<특이한 복숭아>

# 이유원의 󰡔임하필기(林下筆記󰡕에 옛날의 필기(筆記)에 울릉도(鬱陵島)의 복숭아가 박처럼 크다는 말을 듣고 믿지 않았는데 어느 옥당(玉堂)이 하는 얘기를 들으니 삼척부(三陟府)에 갔다가 복숭아 하나를 보았는데, 이는 장마에 떠내려온 것을 주운 것이었소. 그 절반은 벌레가 파먹었는데도 크기가 오히려 사발만큼이나 되었소.” 하였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文獻備考事實󰡕에도 실려 있는데, “복숭아씨가 큰 것은 술잔이나 되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이다.”라는 내용으로 보아 울릉도 복숭아의 크기를 상상할 수 있다. 󰡔임하필기(林下筆記)에는 또 오음(梧陰) 윤두수(尹斗壽) 척독(尺牘)에 나오는 꼭지가 마주 붙은 특이한 복숭아가 소개되어 있다.

 

<복숭아 그림에 대한 화제>

윤기(尹愭)󰡔무명자집(無名子集)󰡕에는 반도해학도(蟠桃海鶴圖)에 대한 화제(畵題)가 실려 있다.

 

이 복숭아나무는 삼천 년에 한 번 열매 맺는데, 남쪽 창가의 저 아이는 몇 번을 몰래 따 먹었을까? 학은 곁에 있었으니 실상을 알리라.

 

제사(題詞)의 내용으로 보아 이 그림은 오래되어 옹이 지고 구불구불한 복숭아나무에 열린 선도(仙桃)를 남쪽 창가의 사내아이가 쳐다보고 있고 그 곁에 학이 서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이는 불로장생(不老長生)을 기원하는 민화(民畫) 해학반도도(海鶴蟠桃圖)의 일종으로 추정된다.

 

[그림] 群鶴十長生圖吳桂煥 所藏ㆍ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