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바라기
해바라기는 국화과의 한해살이 식물로 아메리카가 원산이다. 북미와 폐루, 칠레 지역에는 70~80종 이상의 야생종이 자라고 있으며 꽃을 보기 위한 겹꽃해바라기도 있다. 전체적으로 거친 털이 나 있으며 높이는 2~3m정도이다. 꽃잎은 밝은 노란색으로 암술과 수술은 중앙에 밀집되어 있다. 큰 꽃은 25cm에 이른다. 해바리기 씨에는 20~30%의 기름이 포함되어 있어 식용하거나 비누와 도료의 원료 등으로 사용된다. 한방에서는 구풍제와 해열제로 사용된다.
꽃은 8~9월에 피며 지름 8~60cm 로서 옆을 향해 달리고, 가장자리의 설상화(꽃잎이 혀모양의 꽃)는 밝은 황색이며 중성화(암술과 수술이 없는 꽃)이고, 통상화(꽃잎이 서로 달라붙어 통 모양으로 생기고 끝만 조금 갈라진 꽃)는 갈색 또는 황색이며 양성화(암술 수술이 모두 있는 꽃)이고, 총포(꽃대의 끝에서 꽃의 아래 부분을 싸고 있는 비늘모양의 조각)는 반구형이며 포편은 뾰족한 달걀모양으로서 끝에 길고 부드러운 털이 있다. 씨는 달걀을 거꾸로 놓은 모양이고 흰색 또는 회색이며 흑색 줄이 있고 길이 9mm, 너비 4~8mm로서 끝부분을 제외하고는 매끈하다. 해바라기는 옆으로 향한 꽃이 햇빛이 오는 쪽을 향하고 있다. 열매가 익어 무거워지면 아래로 휘어 진다.
해바라기와 비슷한 꽃으로는 하늘바라기와 뚱딴지가 있다. 하늘바라기는 꽃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고 해바라기에 비해 꽃이 작다. 뚱딴지는 꽃은 해바라기와 하늘바라기의 중간 크기이며 땅 속에 덩이줄기가 열린다.
<국립중앙과학관 야생화 과학관> <다음백과> <꽃과 나무 사전> <이리주변식물 생태도>
해바라기는 한자로 조일화(朝日花), 향일화( 向日花), 노규(魯葵), 촉규(蜀葵), 규곽(葵藿), 홍규(紅葵)라고 하며, 특별히 꽃을 지칭하여 규화(葵花)로 부르기도 한다. 열매가 익으면 말린 후 볶아서 간식으로 먹는다.
중국의 삼국시대 위(魏)나라 조식(曹植)의 상소문인 「구통친친표(求通親親表)」에 “해바라기가 잎사귀를 기울이는 것과 같나니, 태양이 그쪽으로 방향을 돌려 비춰 주지 않더라도, 태양을 향하는 것은 해바라기의 정성이다.[若葵藿之傾葉 太陽雖不爲之回光 然向之者誠也]”에서 유래한 것으로 일편단심의 충성을 비유한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충심으로 따르는 것을 규곽(葵藿)이라고 하며, 신하가 임금에 대해 자신의 정성과 마음을 낮추는 것을 경곽(傾藿), 경양(傾陽), 규경(葵傾)이라고 하며 이러한 마음을 임금을 향한 신하의 마음을 규심(葵心), 규화심(葵花心), 하찮은 신하의 정심을 규곽지성(葵藿之誠), 규성(葵誠), 규곽지침(葵藿之忱), 규침(葵忱)이라고 표현하였다. 해바라기처럼 임금을 바라보는 미천한 마음이라는 의미로 규곽미정(葵藿微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해바라기꽃이 태양을 쳐다보는 것처럼, 신하가 임금에게 충성하는 것을 말할 때 규화향양(葵花向陽) 또는 규곽향일(葵藿向日)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은 글에는 ‘정성을 모두 쏟아 해바라기처럼 임금에게 충성하리’라는 느낌의 글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며, 불충한 신하에 대해서는 ‘해바라기만도 못한 사람’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 한국문집총간에서 해바라기에 대해 언급한 글은 300여 개가 수록되어 있지만 제목에 해바라기를 포함된 것은 10개이며 모두 시(詩)로, 정온(鄭蘊)의 동계집에는 「시든 해바라기를 읊다」, 「해바라기에게 묻다」, 서거정의 사가시집의 「붉은 해바라기」, 「하얀 해바라기」, 안정복의 순암선생문집「서리가 내려 나뭇잎이 다 지고 없는데 해바라기꽃 한 가지가 뜰가 국화 떨기 속에서 꽃을 피우고 있기에 그것을 보고 감회를 읊다[霜後木葉盡脫 庭畔葵花一枝在菊叢中放開一花 有感而吟] 병자년」, 권근의 양촌선생문집「해바라기를 사랑하여 읊다.」, 「해바라기를 슬퍼하여 읊다.」, 李荇의 용재집「율정거사(栗亭居士)에게 부쳐 벽도(碧桃)와 해바라기를 달라고 청하다.」, 김성일의 학봉속집「오산이 꺾인 해바라기를 읊은 시의 운을 차운하다.」, # 권호문(權好文)의 송암집「뜰의 해바라기를 읊다〔詠庭葵〕」 등이 있는데, 제목은 다른지만 내용은 모두 임금에 대한 충성을 읊은 것으로 대동소이이다.
■ 먹을 것이 없어 해바라기를 먹는 내용
황현(黃玹)의 매천집「상아의 여름 과제 시에 차운하다〔次祥兒夏課韻〕」에는 시골의 궁벽한 생활에 먹을 것이 없어 말라비틀어진 해바라기를 먹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 이색(李穡)의 목은식고「규헌기(葵軒記)」에는 권희안(權希顔)이 마루에 규헌(葵軒)로 써 붙이고 기문(記文)을 요청하자 다음과 같이 해바라기의 장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물이나 땅에 있는 초목의 꽃이 아주 많지만, 유독 해바라기만이 뿌리를 보호할 줄을 아니 이는 슬기가 있음이요, 능히 해를 향하니 이는 충성됨이라, 군자들이 이를 취하는 것이 어찌 부질없는 일이랴. 서리와 이슬이 내려야만 국화는 누르고, 얼음과 눈이 쌓여야만 소나무는 푸르며, 바람과 비가 흩어져야만 연꽃의 향기는 더욱 맑으며, 태양(太陽)이 비쳐야만 해바라기꽃은 기울어지는 것이니, 그 보통의 초목과는 매우 다르도다. 누가 이를 사랑하고 공경하지 않으리요.”
# 조위(曺偉)의 梅溪集「규정기(葵亭記)」에는 자신이 정자의 이름인 규정(葵亭)에 대해, 남들은 하필 보잘 것 없는 해바라기에서 이름을 취하였냐는 묻지만, 나는 해바라기는 식물 중에서 미천한 것으로서 사람으로 비유하면 야비하고 변변하지 못한 사람과 같다. 현재의 내가 험지로 쫓겨나서 사람들이 천시하고 있으니 버림받은 사람의 입장으로 볼 때 미천한 물건에 부합하고 또한 멀리서 구하지 않고 가까운 데에서 취한 것이다. 세상에는 버릴 물건이 없고, 버릴 재주도 없다고 하였는데, 해바라기는 햇빛을 향하여 빛을 따르니 충성이라는 덕목과 자기의 뿌리를 보호하니 슬기라는 두 가지 덕목을 갖추고 있으니 어찌 미천하게 여길 수 있겠는가. 내가 비록 귀양살이를 하지만 모든 것이 임금의 은혜이니, 해바라기로 내 정자의 이름을 지은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냐고 반문하였다.조위의 「규정기(葵亭記)」가 가상의 인물과의 대화일 수도 있으나 조위는 자신이 해바라기로 정자의 이름을 지은 이유를 논리적이며 간단명료하게 설명하여 질문한 사람을 탄복하게 하였다. 우리는 이 글을 통해 조선시대 관료의 임금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을 엿볼 수 있다.
# 이색의 목은시고「촉규가(蜀葵歌)」에는 해바라기의 자라는 모습과 해바라기를 사랑하는 이유가 잘 묘사되어 있다.
……
이 꽃이 비록 천품이기는 하나 / 此花雖品賤
나는 유독 감격한 마음이 많다오 / 我獨多感激
……
내가 이 노래를 하는 게 어찌 미쳐서이랴 / 我今歌此豈狂哉
그 발 호위하듯 내 생명 호위하고파일세 / 願衛吾生如衛足
비록 작은 담장 그늘에서 헛되이 늙더라도 / 雖然虛老小牆陰
절로 마음 기울여 끝내 태양을 향하리 / 自是傾心向暘谷
동국이상국전집」 제18권 고율시(古律詩) 「동산을 거닐다가 느끼어 지음」
……
곱게 핀 해바라기 대 위에서 날 부르는데 / 臺上葵花嬌引我
대 높이 한 자지만 오르기 어렵구나 / 臺高才尺尙難登
# 동계집 제1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시든 해바라기를 읊다.」
성기고 찬 늙은 해바라기 풍상을 만나서 / 老葵疎冷遇風霜
가지도 잎도 시들었다만 향기는 여전하다 / 枝葉摧殘尙抱香
뿌리까지 선뜻 뽑아 버리지 말았으면 / 莫遣孤根容易拔
내 맘은 일찍부터 해를 향해 기우는 걸 좋아했나니 / 赤心曾是喜傾陽
# 동계집 속집 제1권 / 시(詩)○고시배율(古詩排律) 「해바라기에게 묻다.」
해바라기에게 묻나니 / 問葵花
뿌리내린 곳이 몹시 궁벽하구려 / 托根何僻荒
나이가 이미 노년이 되었나니 / 年光已遲暮
어느 날 다시 해를 향할 것인가 / 何日是傾陽
해바라기가 답하되 / 葵花答
이르고 늦음은 각기 때가 있는 법 / 早晩各有時
팔십 세에 목야를 호령하던 사람 / 八十揚牧野
그대는 누구인지 아시지 않소 / 君知是爲誰
# 사가시집 제51권 시류(詩類) 「붉은 해바라기」
남풍 다사로운 발 밖에 해는 막 길어졌는데 / 南薰簾幕日初長
붉고 곱고 영롱해라 푸른 꽃받침도 향기롭네 / 紫艶玲瓏翠萼香
구구하게 제 발이나 보호한다 말하지 마소 / 莫說區區能衛足
일편단심은 여전히 태양을 향할 줄 안다오 / 丹心依舊識傾陽
# 순암선생문집 제1권 시(詩) 「서리가 내려 나뭇잎이 다 지고 없는데 해바라기꽃 한 가지가 뜰가 국화 떨기 속에서 꽃을 피우고 있기에 그것을 보고 감회를 읊다[霜後木葉盡脫 庭畔葵花一枝在菊叢中放開一花 有感而吟] 병자년」
바람 앞에 나무들 온전한 잎이 없고 / 風前萬木無全葉
서리맞은 꽃들도 옛모습 다 잃었는데 / 霜後群芳失舊林
국화를 벗삼아 뒤늦도록 절개를 함께 하니 / 獨伴菊英同晩節
님 향한 일편단심 너의 마음 예쁘고나 / 憐渠能保向陽心
# 양촌선생문집 제3권 시(詩) 「해바라기를 사랑하여 읊다.」
거칠고 주변없는 양촌 늙은이 / 鹵莽陽村翁
그 어찌 꽃나문들 길러 봤겠나 / 何曾養花木
다만 저 담 밑의 해바라기가 / 只愛墻下葵
한 포기 절로 나서 잘 자랐었지 / 一種自生育
비 이슬에 함초롬 젖고 또 젖어 / 雨露所霑濡
줄기가 똑바로 꼿꼿이 솟아 / 莖幹遂挻直
붉은 꽃은 스스로 해에 비치고 / 紅葩自向日
푸른 잎은 능히 발을 호위하누나 / 綠葉能衛足
피고 지는 것마저 차서가 있어 / 開落亦有序
아래서 시작하여 위로 오르네 / 上下相繼續
하찮은 물건도 이치를 아니 / 物微理固然
군자는 속으로 짐작 있겠지 / 君子當黙識
# 용재집 제1권 칠언 절구(七言絶句) 「율정거사(栗亭居士)에게 부쳐 벽도(碧桃)와 해바라기를 달라고 청하다. 2수(二首)」
거사는 원래 세상에서 도망한 게 아니니 / 居士元非與世逃
일생의 흉금이 절로 자연과 맞았기 때문 / 一生襟韻自林臯
훗날 차마 청학을 혼자 타진 못할 테니 / 他年不忍專靑鶴
오늘 벽도를 좀 달라고 청한들 어떠하리 / 今日何妨乞碧桃
늙은 신선 정원엔 이름난 꽃도 많지만 / 老仙園裏盡名葩
해를 향한 깊은 정성 오직 이 꽃뿐이지 / 向日深誠獨此花
해마다 심고 길러 백 뿌리로 늘었으니 / 培植年年添百本
세한에 이 도인 집에 나누어 주시게나 / 歲寒分與道人家
# 학봉속집 제1권 시(詩) 「오산이 꺾인 해바라기를 읊은 시의 운을 차운하다.」
잠시 동안 나그네 눈요기 됐지만 / 暫時充客玩
어쩌리요 이미 뿌리 없어진 것을 / 奈此已無根
그런데도 해 향하는 성질은 있어 / 尙有傾陽性
도리어 님의 사랑 그리워하네 / 還如戀主恩
네 몸이야 비록 만 번 꺾인다 해도 / 爾身雖萬折
그 이치는 길이길이 남아 있으리 / 此理卽長存
멀리 온 객 붉은 마음 괴로웁기에 / 遠客丹心苦
그대에게 말 나누길 내 청하누나 / 從君請細論
# 송암집 제2권 시(詩) 「뜰의 해바라기를 읊다〔詠庭葵〕」
섬돌 앞에 난만하게 핀 해바라기 꽃을 / 爛爛階前向日花
감상하니 뭇 꽃과 달라 흠뻑 아꼈네 / 賞來全愛異群葩
문산의 높은 절개는 연경 감옥에서 빼어났고 / 文山峻節抽燕獄
북해의 고고한 충절은 한나라 위한 것이었네 / 北海孤忠爲漢家
서리 내린 섬돌의 일민 향기로도 비할 수 없고 / 霜砌逸民香莫喩
비 오는 연못의 군자 빛깔인들 어찌 자랑하랴 / 雨塘君子色何誇
신하라면 정말로 저 꽃의 성품 같아야 하니 / 臣鄰正使如渠性
임금 향한 일편단심이 어찌 조금인들 어긋나랴 / 聖闕懸心肯少差
# 간이집 제7권 공산록(公山錄) 「만흥(漫興)이 일어 절구(絶句)에 첩운하다. 2수(二首)」
해바라기의 심정으로 오직 임금님 그리워할 뿐 / 只是葵心戀黼依
추천받아 들어가고 배척받아 나온 것이 아니었다오 / 入非推挽出非揮
위급한 때 한 해도 저무는 공주(公州)의 관소(館所) / 時危歲暮公山館
조정에 못 돌아간다 안달할 것이 있으리요 / 何繫門庭不得歸
# 갈암집 제1권 시(詩) 「경진년 청화(淸和)에 적소(謫所)로부터 고향으로 돌아와서 감회가 일어」
추위와 더위 속에 칠 년을 보냈나니 / 呼寒噓毒七經霜
북방 남방 변경 사이 만리 길 오갔지 / 塞北江南萬里程
백발로 돌아오니 머리털은 앙상해도 / 白首歸來毛髮短
해바라기 마음은 여전히 해를 향하누나 / 葵心猶自向陽傾
# 양촌선생문집 제3권 시(詩) 「해바라기를 슬퍼하여 읊다.」
여름철 온갖 꽃 모조리 지고 / 夏燠百花盡
뜰 밑의 해바라기 홀로 고와라 / 庭葵獨姸芳
스스로 지극한 성품이 있어 / 自有至性在
언제고 태양 따라 기울이누나 / 的的向太陽
양촌옹(陽村翁) 고요히 서로 대하여 / 陽翁靜相對
밤낮으로 태평을 노래하더니 / 日夕歌時康
해와 달이 바퀴를 멈추지 않아 / 羲和不停馭
서늘한 상풍(商風)이 갑자기 부네 / 忽此商颷涼
쇠잔한 꽃송이 하마 시드니 / 殘葩已云萎
나로 하여금 감상이 깊게 하네 / 使我生感傷
원컨대 본 뿌리만은 보존하여 / 願言存本根
이듬해 봄빛을 기다려 다오 / 以待回春光
# 다산시문집 제5권 시(詩) 「다산화사(茶山花史)」
간들바람에 잎새마다 너울대는 해바라기 / 戎葵葉葉拂輕風
때가 되면 한 길 높이서 꽃을 피워 보이겠지 / 時至須看一丈紅
꽃다운 그 마음이 해를 향할 줄만 알아 / 自是芳心知向日
버드나무 그늘 속에는 뿌리 내리지 않는다네 / 孤根不入柳陰中
# 정약용의 與猶堂全書「삼월 삼십일에 유연히 홀로 앉아서 스스로 만족하여 세상을 잊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그윽이 생각하건대, 봄이 가거나 오는 것이 나에게는 모두 상관없는 일이기에 따라서 가도를 비웃다[三月三十日逌然獨坐 覺自得而忘世 竊謂春去春來於我皆無與 也嗤賈島]」에는 송옹(淞翁) 윤영희(尹永僖)의 원시(原詩)에 해바라기는 말라서 해를 따라 움직일 수 없지만 자신은 해바라기와 다르게 나이가 들었음에도 임금에게 충성을 다하겠다고 고백하는 내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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