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바라기_선플러워(sunflower)
해바라기는 국화과의 한해살이 식물로 원산지는 북아메리카가 서부고원이다. 북미와 폐루, 칠레 지역에는 70~80종 이상의 야생종이 자라고 있으며 꽃을 보기 위한 겹꽃해바라기도 있다. 전체적으로 거친 털이 나 있으며 높이는 2~3m정도이다. 꽃잎은 밝은 노란색으로 암술과 수술은 중앙에 밀집되어 있다. 큰 꽃은 25cm에 이른다. 해바리기 씨에는 20~30%의 기름이 포함되어 있어 말린 후 볶아서 간식으로 먹거나 비누와 도료의 원료 등으로 사용된다. 한방에서는 구풍제와 해열제로 사용된다.
해바라기와 비슷한 꽃으로는 하늘바라기와 뚱딴지가 있다. 하늘바라기는 꽃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고 해바라기에 비해 꽃이 작다. 뚱딴지는 꽃은 해바라기와 하늘바라기의 중간 크기이며 땅 속에 덩이줄기가 열린다.
‘해바라기’라는 단어는 1802년 이가환(李家煥)이 시작하여 아들 이재위(李載威)가 편찬한 물보(物譜)에 “向日蓮 라기”라는 기록이 있고, 1900년에 간행된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 황규(黃葵)를 속칭 “아기”라고 부른다는 기록이 있다.
현대 국어 ‘해바라기’는 19세기 문헌에서 ‘라기’로 나타난다. 이 외에 ‘기’, ‘해바기’와 같은 여러 형태가 보이는데, 여기에 ‘’이 결합한 ‘라기’과 같은 형태도 19세기 문헌에서 보인다. 문헌상으로는 ‘바라기’가 가장 먼저 보이나 이 말이 ‘’와 ‘라-+-기’의 결합에 의해서 형성된 것일 가능성이 높음을 감안한다면 ‘라기>바라기/해바라기’와 같이 변화를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말샘>에 수록된 해바라기의 사투리 종류를 가나다순으로 저리하면 모두 40종이며, 해바라기는 단어가 19세기 이후 문헌에서부터 나타난 것에 많은 사투리가 파생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19세기 이전의 문헌에서 사용된 규곽(葵藿), 촉규(蜀葵), 융규(戎葵), 오규(吳葵), 호규(胡葵) 등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해바라기가 아닌 접시꽃과 닥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임금 하나만을 바라본다는 의미에서 지금의 해바라기를 연상하여 ‘해바라기’라고 번역한 것이다. 19세기 이전에 없던 식물이 중국을 통해 들어오면서 기존에 아욱, 접시꽃, 닥풀을 의미하던 ‘규(葵)’에 현재의 영어식 표현인 해바라기(sunflower)의 의미가 추가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라시대 최지원의 고운집을 번역할 때 촉규화(蜀葵花)를 해바라기라고 번역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어로 번역할 때 접시꽃을 ‘해바라기’로 번역할 수 는 있으나 반드시 옆에 ‘접시꽃’ 또는 ‘닥풀’을 병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배롱나무’를 ‘백일홍’이라고 하지만 사실 ‘백일홍’은 별도의 초본식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롱나무’를 ‘목백일홍’이라고 고쳐 부르기도 한다. 또한 ‘일본목련’을 서울 사람들은 ‘함박꽃’ 또는 ‘함박꽃나무’라고 부르지만 사실 ‘함박꽃’은 ‘모란’의 다른 이름이며, ‘함박꽃나무’ 역시 목련과 비슷한 별도의 나무이며, ‘청미래덩굴’을 부산에서는 ‘망개나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따라서 여기서는 19세기 이후 우리나라에 해바라기[sunflower]가 전래된 이후 해바라기에 대한 내용만 다루고 접시꽃은 별도의 항목에서 다루기로 한다.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내가 아이 적에 황규(黃葵), 곧 속명(俗名) ‘아기(해바라기)’를 화분에 심었더니 줄기는 삼 같고 잎은 패모 같았다. 줄기 끝에 누런 꽃이 피었는데 복판이 조밥 같고 곱지는 않았다. 해를 따라 동서로 움직였는데 목이 굽어서 담뱃대 같았고 한낮에는 하늘을 향하였다. 내가 시험삼아 동쪽으로 향하기를 기다렸다가 화분을 돌려 서쪽으로 향하도록 했더니, 얼마 되지 않아서 시들어 죽었다.
위의 내용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해바라기[sunflower]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한자로는 황규(黃葵)라고 하여 닥풀과 동일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황규(黃葵)는 닥풀이 아닌 해바라기[sunflower]이다. 이덕무는 속명이 해바라기이기 때문에 이 꽃이 해를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해서 그것을 실험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화분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얼마 뒤 해바라기는 시들어 죽었다. 당연한 결과이다. 꽃이 피고 씨앗이 열린 해바라기는 매우 무겁기 때문에 방향을 바꾸면 결국 목이 꺾이거나 부러져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강철도 여러 번 앞뒤로 구부렸다가 다시 피기를 반복하면 결국 잘라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덕무가 키운 해바라기가 바로 해바라기[sunflower]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접시꽃은 방향을 바꾸었다고 목이 부러져 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유원의 임하필기「규화촉(葵花燭)」에는 해바라기 기름으로 만든 양초를 사용한 내용이 있다.
기름초[膩燭]는 금성(錦城)ㆍ청주(淸州)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청심(靑心)이 최상이다. 옛날에는 ‘규화촉(葵花燭)’이라 일컬었는데, 초 한 자루면 겨울 기나긴 밤을 다 켜도 밑동이 남을 정도였다. 내가 어렸을 때 금성의 임소에서 선왕고를 모셨으므로 초의 특이한 품질에 대해 자세히 알았다. 그런데 근래에는 그렇지 못해 여름 밤에도 두세 자루를 켜는데, 어찌 만드는 법이 예스럽지 못해서이겠는가. 엉성한 재료를 쓰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진 것이다. 청양의 정산에서 나는 어향도 호남에서 나는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 내용은 임하필기 순일편(旬一編)에 실려 있다. 이유원의 임하필기 자서에는 <춘명일사>에 쓰려다가 쓰지 못한 미진한 부분을 1871년 열흘 만에 완성하여 <旬一編>이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하였다. 이를 근거로 할 대 1871년 이전에 이미 해바라기씨를 짠 기름을 촛불로 사용했다는 사실이 확인 가능해진다.
향산 이만도(李晩燾)의 향산집에도 해바라기에 대한 시가 나온다.
사람들은 규화가 늙으면 천성을 잃어서 / 人道葵花老失性
씨 열리면 더 이상 때를 맞추지 못한다고 하네 / 顆成不復適時量
이는 머리가 무거워 돌리지 못해서가 아니라 / 此非頭重難回轉
도리어 땅속의 양기를 부지하고자 해서라네 / 將欲還扶地底陽
위의 시에는 말한 “귀화는 늙으면 천성을 잃어서”는 말은 꽃대가 가는 해바라기는 어릴 때는 꽃이 가벼워 해를 따라 움직일 수 있지만 꽃이 지고 씨가 맺히면 머리가 무거워져서 숙이게 되므로 무거워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이 시를 통해 이덕무가 해바라기 화분의 방향을 해가 있는 쪽으로 바꾸었을 때 해바라기의 머리가 꺾여 시들어 죽은 이유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머리가 무거워 돌리지 못해서”라는 표현에서 해바라기의 씨앗이 여물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매천 황현(黃玹)의 매천집「상아의 여름 과제 시에 차운하다〔次祥兒夏課韻〕」에는 시골의 궁벽한 생활에 먹을 것이 없어 말라비틀어진 해바라기를 먹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초여름이라 사람 소리 드문데 / 淺夏人聲倦
궁벽한 마을에는 시골 맛이 물씬하네 / 窮村野味濃
때늦은 해바라기는 그래도 딸 만하고 / 晩葵猶可摘
새로 난 보리는 아직 밟지 않았네 / 新麥不成舂
황현이 딸만하다[可摘]고 말한 것은 바로 현재의 해바라기 열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봄에 먹을 것이 없을 때 작년에 따지 않고 남아 있는 해바라기가 그나마 간식으로 먹을 수 없어 감사한 마음이 든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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