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합_나리_개나리_나팔나리
백합은 백합과(百合科)에 속하는 참나리 계통 풀의 총칭이다. 원산지는 일본 유구(琉球)라고 알려져 있으며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한다. 한글로는 ‘나리’와 ‘백합’을 구분하지만 한자로는 모두 ‘百合’이다. 우리가 흔히 ‘나리’라고 부르는 것이 참나리로 주황색꽃에 검은 점이 있고, 꽃이 뒤로 말리는 특성이 있으며, 꽃의 색깔과 생태의 특징에 따라 당개나리, 알나리, 야백합, 호피백합, 호랑나리, 권단(卷丹)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이들 이름을 살펴보면 야백합은 산야에게 자라는 환경과 관련이 있고, ‘알나리’는 뿌리의 모양이 ‘알’과 닮았기 때문이다. 권단은 붉은 꽃이 뒤로 말리는 특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고, ‘호피백합’과 ‘호랑나리’는 꽃의 색이 호랑이 가죽의 무늬와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반면 ‘백합’이라고 부르는 종류는 꽃이 뒤로 말리지 않고 나팔 모양으로 핀다. 그렇기 때문에 나팔나리라고 부르며, 색이 희고 향기가 나기 때문에 백향나리라고도 불린다. 백합은 적게는 1개의 줄기에서 많게는 10개의 꽃이 핀다. 백합의 꽃은 처음에는 하늘로 향하지만 꽃이 커지면서 약간 아래로 휘어지면 피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하늘나리는 꽃이 하늘로 향한다.
백합은 꽃의 색깔이 다양하다. 그중 하얀색 유명하다 보니 ‘百合’의 ‘백’자 ‘白’자인 줄 혼동하는 사람도 있다. 약 백여 개의 비늘이 하나의 구근(球根)을 이루기 때문에 백합이라고 한다. 가끔 월동하다가 얼어 죽는 경우가 있으나 추위보다는 더위에 약하다. 구근은 약재(藥材)와 식재료로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꽃을 백합이라고 하지만 뿌리를 백합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의 산야에는 참나리, 말나리, 하늘나리, 털중나리 등이 자생하고 있으면 울릉도에는 섬말나리와 응달나리가 자생한다.
■ 우리말샘에는 백합의 이칭으로 개나리-꼿, 나라-꼿, 나래-꼿, 홍압-꼿, 나리-꼿, 나발-꼿, 말맹이, 말매이, 백하비, 등이 보인다. 제주도 사투리를 제외하면 ‘나리’와, ‘홍압’ ‘나발’ 세 가지로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또 백합이 포함된 속담과 관용구는 등록되어 있지 않다.
동의보감 및 산림경제에는 백합(百合)을 한글로 ‘개나리의 뿌리’라고 표기하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담장의 작고 노란색의 개나리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백합의 원래 이름은 ‘개나리’였고, 우리가 흔히 나리라고 부르는 것이 ‘참나리’이다.
우리나라에서 백합을 개나리라고 부른 기록은 고려 시대 백비화(白賁華)의 南陽先生詩集에서 확인된다. 시의 주석에 따르면 백합의 원래 이름은 개○○[狗▦]이었는데 임금이 이렇게 아름다운 꽃에 ‘개[狗]’자가 들어간 것을 안타깝게 여겨 알뿌리 모양을 보고 ‘百合’으로 바꾸어주었다고 한다.
백합의 뿌리는 보통 두 가지 용도로 사용되었다. 하나는 병을 치료하는 약제이고, 하나는 양식을 대체하는 구황식품이었다. 우리나라 고문헌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의감산정요결에는 혈(血)을 치료하는 백출산(白朮散), 삼기산(蔘芪散)을 만드는데 백합을 사용하며, 의림촬요에서는 번열(煩熱)을 치료하고, 피를 토하는 것을 치료하는 가미궁궁탕(加味芎藭湯), 이해창(頤頦瘡)을 치료하는 백합산(百合散), 폐옹(肺癰)을 치료하는 길경탕(桔梗湯), 부인병의 치료하는 백합탕(百合湯), 소아의 귀흉(龜胸)을 치료하는 백합단(百合丹)과 귀흉산(龜胷散) 등 다양한 처방의 약제로 사용되었다.
산림경제에는 동의보감 등을 인용하여 백합의 종류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꽃은 붉은색과 흰색이 있는데, 꽃이 흰 것은 약에 들어가고 꽃이 붉은 산단(山丹)은 약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였다. 현재는 하늘나리라고 불리는 종으로 한자로는 뇌백합(雷百合)이다. 이외에 꽃이 노랗고 흑반(黑斑)에 가는 잎이 있고 잎 사이에 흑자(黑子)가 있는 종류도 있는데 이것 역시 약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였다. 백합은 심은 지 3년 뒤에 캐서 말려서 국수도 만들어 먹는다고 하였다. 또 백합죽(百合粥)과 백합(百合) 뿌리를 캐어 찌거나 삶아서 먹으면 사람에게 보익이 되며 양식을 끊을 수 있기 때문에 백합 심어 두면 흉년에 기황(飢荒)을 구제할 수 있고 하였다. 세종실록「지리지」의 「경기」, 「황해도」, 「평안도」에서 생산되는 약재에도 “나리뿌리[百合]”가 보인다.
百合이라는 단어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고려사에서 나오지 않는다.
한국문집총간에도 백합에 대한 시와 글들이 실려 있으나 건수는 매우 적다. 정약용의 여유당전서에는 하나의 시에서 참나리와 백합이 함께 언급되는데 참나리가 질 때쯤 백합이 피며, 매실이 익을 때쯤 백합이 만개하고, 작약꽃이 질 때쯤 백합이 피기 시작해 향기를 풍기는 내용이 실려 있다. 신흠의 상촌선생집에도 수양버들의 잎이 노란색일 때 백합꽃이 뜰 앞에 폈다는 내용과 봄에 이슬에 흠뻑 젖은 백합꽃의 모습을 묘사하였다. 노수신의 소재집에는 시냇가에서 석양에 물든 하늘 아래에서 백합꽃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모습도 그려져 있다. 김육의 잠곡유고에는 파초잎이 자랄 때쯤 백합꽃 핀다는 내용이 있고,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는 맥문동과 백합이 함께 자라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이식의 택당선생집에는 백합이라는 제목의 읊은 시가 실려 있다.
동가마냥 연지 찍어 너무도 빨간 꽃술 / 施朱太赤似東家
녹색 가지 잎사귀 함께 자랑할만하다마는 / 綠葉靑枝並可誇
하루아침 비바람 홍색 자색 떨어지면 / 風雨一朝紅紫歇
어떻게 이런 춘광(春光) 다시 보이리 / 容渠恁地作年華
위의 시에 보이는 백합은 빨간 꽃술을 가지 자주색 백합으로 추정된다. 녹색 잎사귀와 자주색 꽃잎이 색의 대비를 보이며 아름답게 피어 있다가 비바람에 꽃이 지고서 녹색 잎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모습에서 봄이 갔음을 안타까워하는 작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잡동산이 > 詩와 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꽃_Indian lotus (0) | 2023.08.18 |
---|---|
시와 꽃_해바라기_규곽_규화_간략본 (0) | 2023.07.25 |
시와 꽃_벼_쌀밥_간략본 (0) | 2023.07.25 |
시와 꽃_버들강아지_버드나무_수양버들 (1) | 2023.07.22 |
시와 꽃_벼꽃_쌀 (1) | 2023.07.22 |